▲ 손가락 관절에 발생한 건선 관절염(출처=셔터스톡)

건선(Psoriasis)은 만성 피부질환으로,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피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분화해 발생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T 보조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분비한 면역물질이 각질형성세포를 자극해 과도한 증식과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세포가 분열해 새로운 세포가 생기면 이전 세포는 각질 형태로 겹겹이 쌓여 떨어져 나간다. 건선 환자는 각질이 쌓이는 속도가 정상인보다 몇 배나 빠르다. 따라서 건선 환자는 피부의 다양한 부위가 비늘 같은 은백색 각질(인설)과 붉은 반점으로 뒤덮여 있다. 이 염증성 피부질환은 완치되기 어려워, 평생에 걸쳐 악화와 호전이 반복된다.

즉, 건선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마찬가지로 평생 치료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만성 재발성 질환이다. 그런데 미국 텍사스주립대 사우스웨스턴(UTSW) 메디컬센터의 연구진이 건선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피부 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막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포도당 수송 막아 세포의 과증식 억제

UTSW 메디컬센터의 연구팀은 새로운 건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각도에서 건선에 접근했다. 피부 세포의 과증식에 기여하는 세포 활동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초기 연구 결과, 증식 중인 세포는 비활성 세포에 비해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피부 세포가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포도당 수송을 막으면 피부 세포의 과다 증식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GLUT1이라 불리는 포도당 수송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다. GLUT1은 적혈구, 뇌, 망막의 포도당 수송체로, 포도당이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외로 이동하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적혈구는 혈장으로부터 끊임없이 포도당을 공급 받아야 한다. 다른 세포들도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GLUT1이 필요하다. GLUT1이 충분하면 세포 분열과 증식에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피부 표피층에서 발견되는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s)의 증식을 분석했다. 각질형성세포가 쥐의 피부를 재생하기 위해 GLUT1을 이용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GLUT1이 결핍된 각질형성세포를 한 세트 배양했다. GLUT1 비활성인 각질형성세포도 배양했다.

배양한 세포를 관찰한 결과, GLUT1이 결핍된 각질형성세포는 대사 기능과 증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활성 GLUT1을 가진 각질형성세포는 세포 활동에 문제가 없었다. 각질형성세포에서 GLUT1을 약물로 억제하거나 GLUT1이 유전적으로 비활성화되면 건선의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쥐 실험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이 연구의 수석연구원이자 UTSW 피부과 조교수인 리처드 왕 박사는 "이 연구는 과증식성 피부질환의 대사 요건을 표적으로 하여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한 뒤 "생리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응하는 피부 대사의 변화에 대한 이해의 폭 또한 넓혀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선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면, 심각한 부작용 없이 건선의 염증과 인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건선 피부염으로 가려운 팔을 긁는 환자 (출처=셔터스톡)

평생 가는 재발성 피부질환, 건선

미국에서 건선은 모든 자가면역질환을 통틀어 가장 흔한 질환이며, 7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건선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건선의 날'(World Psoriasis Day) 컨소시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약 1억2500만명이 건선을 앓고 있다.

건선의 중증도는 전신에서 얼마나 넓은 부위의 피부를 침범했느냐에 따라 판단한다. 전신의 3% 미만의 피부가 건선으로 덮일 경우에는 경도, 3~10%는 중등도, 10% 이상은 중증으로 분류한다..

건선은 다음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위험이 있다.

1. 건선관절염(Psoriatic Arthritis): 건선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독특한 관절염으로 관절 손상과 관절 기능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 관절 부위가 부어 오르며, 누르면 아프고 관절이 뻣뻣해지기도 한다.

2. 안과 질환: 건선 병변이 눈을 침범하는 경우 결막염과 포도막염을 비롯한 특정 안과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3. 비만: 중증 건선 환자는 비만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 기전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비만과 관련된 염증이 건선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건선 환자는 피부병 때문에 신체활동이 부족해 정상인보다 체중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주장도 있다.

4. 제2형 당뇨병: 건선으로 인해 고혈당,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 여러 가지 질환이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은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5. 자가면역장애: 건선은 셀리악병(Celiac disease), 크론병(Crohn's disease), 경화증(sclerosis)과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건선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건선 치료는 일반적으로 자가면역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한다. 대표적인 건선 치료법에는 연고를 도포하는 국소치료법, 자외선을 쬐는 광 치료법, 약물을 이용한 전신 치료법 등이 있다.

경도-중등도 건선은 스테로이드 국소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중증 환자나 기존의 치료가 잘 듣지 않는 환자의 경우에는 부작용의 우려를 감수하고 메소트렉세이트(methotrexate)와 같은 약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만성 재발성 질환인 건선의 치료는 장기전이다. 따라서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 장기적인 면에서 바람직하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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