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와 청진기(출처=셔터스톡)

현대 과학 기술이 등장하기 전인 옛날 옛적, 질병은 영적인 것으로 간주되곤 했다. 무당이 굿을 하거나 인디언들이 주술을 행하는 등 영적인 치료자가 아픈 사람을 치유하러 나서곤 했다. 고대 의사들은 약초와 음식을 이용해 간단한 병을 치료했지만 복잡한 질병에 대해서는 치료 가능성이 낮았다. 오늘날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이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 과거에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병도 이제는 쉽게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의료 산업에서 주요 혁신의 대부분은 지난 100년 동안 이루어졌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의학적 진단과 영상 부문은 약 40% 성장해 그 규모가 2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학 기술이 발전해서 안 좋은 점도 분명 있다. 의료 산업에서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 가운데 네 가지를 짚어보자.

일자리 감소하며 실업률 상승

지금까지 사람이 해온 일을 앞으로 컴퓨터가 해낼 수 있게 된다면? 기술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게 뻔하다. 352명의 AI 전문가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40년 안에 컴퓨터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해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 대의 컴퓨터가 10명의 노동자가 맡았던 작업을 수행한다면 컴퓨터와 기계를 조작할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실업자가 된다는 뜻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기계를 구입하고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자가 증가하고, 그 영향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실업률 상승이 범죄 증가, 빈곤 심화, 생활 수준 하락, 소득 격차 확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발전 덕에 환자들은 몸에 착용하는 기기를 이용해 스스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의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어지면 의사 입장에서는 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 마디로 기술은 효율성과 비용 효과를 동반하지만 이는 인간 노동력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기술을 많이 사용할수록 기술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가 바로 계산기이다. 계산기가 빠르고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계산기 사용이 늘면서 우리는 계산기 없이는 간단한 더하기 빼기조차 하지 않게 됐다. 의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기계와 컴퓨터를 사용하면 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기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혹시라도 기계가 오작동하거나 갑자기 전원이 꺼질 경우 모든 의료 서비스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건 바로 환자다. 환자의 목숨과 직결된 생명 유지 장치가 고장 날 수도 있고, 중요한 수술 도중에 수술 로봇이 오작동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먼 미래에도 기계와 컴퓨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감시하기 위해 의사들은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 게다가 의사와 환자 간 화상 채팅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는 질병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와 환자의 1대1 상호작용이 불가피하다.

고가의 유지 보수 비용

의학 기술 중 일부는 너무 비싸서 일부 병원과 개발도상국은 이 기술을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가의 의학 장비를 구입한 경우에도 유지 보수 비용이 발생하는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그 중 일부는 상당히 많은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의료 비용이 비싸지고 이 때문에 저소득층 환자들은 의학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의료 서비스는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 될 지도 모른다. 비용 상승으로 판단해 볼 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태블릿을 사용하는 의사(출처=셔터스톡)

개인의 건강정보 유출 위험

의학 분야에서 기술 관련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개인의 건강정보가 의료 서비스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의료정보학 덕분에 개인의 건강이나 의료와 관련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의사들이 환자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 환자의 건강 상태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정보는 비공개여야 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만 공유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해커들의 공격 사례와 개인 정보의 도용을 감안할 때 환자의 건강정보가 반드시 보호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누군가의 건강정보가 본인 허락 없이 사용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의학 기술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의학 기술은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의 기회를 증가시킨다. 아울러 의료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주요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혁신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의 이면에는 분명 단점이 존재한다. 기술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면서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고,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상태에서 기술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개인의 건강정보가 유출되어 의도치 않은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고, 기술을 유지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관리 분야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이러한 단점을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방법 또한 강구해야 한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