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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의 새로운 치료 옵션 등장

   김현영 기자   2018-05-09 10:19
▲다양한 감정을 겪는 임산부(출처=123RF)

출산 후 여성들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육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우울한 기분과 극심한 불안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러한 산후우울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산후우울증의 예방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임신 중 급격히 줄어든 호르몬을 대체하는 산후우울증 치료제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후우울증의 새로운 치료 옵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세이지 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는 이 산후우울증 치료제의 말기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현재 FDA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웨이지에 시에(Weijie Xie)와 그의 동료들이 중국 한의학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약재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이 약재가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신약과 동일한 메커니즘을 통해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이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산후우울증이란?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은 출산으로 인한 가장 흔한 합병증이며, 산모의 자살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산모 중 약 10~20%가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슬픔, 불안, 무기력, 불쾌한 감정에 시달리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거나 예민해지고, 불면증, 식욕 상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산후우울증으로 간주한다. 

임신 및 수면 부족과 관련된 호르몬의 변화가 산후우울증 발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과거에 우울증을 앓았거나 가족 내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임신 기간 중에 정서적 • 육체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이 없는 경우, 흡연을 하거나 약물 중독인 경우, 출산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큰 경우에 산후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산후우울증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와 관련해 아직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FDA가 산후우울증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한 의약품은 아직 없다. 이는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신약이 FDA의 승인을 얻을 경우, 산후우울증에 효과를 보이는 최초의 치료법이 된다는 뜻이다. 주요 우울증에 효과를 보인 치료법이 산후우울증 치료에도 효과적임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있다. 하지만 주요 우울증에 대한 이러한 치료법 또한 차선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울증과 산후우울증 둘 다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후우울증 치료의 핵심인 ‘호르몬 변화’

프로게스테론의 대사 산물인 알로프레그나놀론(allopregnanolone)이라는 호르몬은 우울 • 불안과 관계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GABA-A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브렉사놀론(brexanolone)으로도 불리는 알로프레그나놀론은 임신 중에 혈중농도가 점점 높아져 임신 3기에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출산 후에는 혈중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알로프레그나놀론이 부족하면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고, 일부 산모에서 이것이 산후우울증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세이지 테라퓨틱스의 임상 시험은 이 같은 가설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 세이지 테라퓨틱스는 산후 우울증에 대한 치료제로서 브렉사놀론의 효과를 평가한 두 개의 임상 3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힌 뒤, 이를 바탕으로 올해 4월에 FDA에 브렉사놀론의 판매 승인을 신청했다. 브렉사놀론은 이제 막 출산한 여성에서 호르몬 변화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로, 임상 시험 결과 중등도 이상 중증 산후우울증을 앓는 여성에서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ABA-A를 활성화하는 알로프레그나놀론(브렉사놀론)이 산후우울증을 완화하고 자살충동을 억제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산후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추가 연구 진행중(출처=123RF)

GABA를 활성화하는 또 다른 방법

한편 웨이지에 시에와 동료들은 한 학술 저널(Molecules)에서 삼칠(Panax notoginseng (Burk.) F.H. Chen)이 불안과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리뷰했다. 한약재로 사용되는 삼칠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수백 년 동안 객혈, 울혈, 혈종 등에 대한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삼칠사포닌(Panax notoginseng saponin, PNS)이 항 우울 및 항 불안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Rb3라 불리는 삼칠사포닌의 단일 성분이 GABA-A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Rb3의 GABA-A 활성화 효과를 확인하고 임상시험에서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삼칠사포닌에서 추출된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와 브렉사놀론은 유사한 핵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칠사포닌에는 Rb3 이외에도 여러 메커니즘을 통해 항 우울 및 항 불안 효과를 내는 많은 다른 성분이 들어있다. 삼칠의 다양한 성분은 우울증에 관여하는 많은 경로를 표적으로 하여, 우울증 치료에 한층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가까운 미래에 산후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옵션들이 이용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