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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간 전이가 많은 이유는?...암세포가 과당 먹고 급성장해

   김현영 기자   2018-05-08 14:45
▲대장암을 앓고 있는 여인(출처=게티이미지)

대장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대장암 세포는 폐뿐만 아니라 간에 침입하여 새로운 집락(colony)을 형성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장기에 과당(fructose)이 풍부하면 대장암 세포가 이를 먹이 삼아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주위조직을 침범하면서 성장하며, 혈액이나 림프액 등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렇게 이동하던 암세포가 다른 장기나 조직에 자리를 잡으면 또다시 세포분열을 하면서 성장하게 되는데 이것을 암의 전이라고 한다.

대장암 세포 또한 다른 장기로 이동해 새로운 집락을 형성하기 전에 일련의 단계를 거친다. 우선 혈관이나 림프관에 접근하기 위해 원발 부위 근처의 건강한 세포를 침범한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암세포가 살아남지 못하지만 조건이 맞아 일부 전이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간이나 폐에 도달한 암세포가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고 새로운 집락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암의 치료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과당을 좋아하는 대장암 세포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의 의공학과 연구진은 대장암 세포가 뇌나 심장 등 다른 장기보다 유독 간에 더 많이 전이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과당이 간 속 대장암 세포 증식의 원천임을 발견했다. 

돌연변이는 암세포가 가진 강점 중 하나이다. 돌연변이는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에 장애를 발생시켜 암세포의 빠른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환경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게 해 암세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항암 치료를 받거나 면역 세포를 만나도 빠른 적응력 때문에 암세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많은 에너지원이 필요할 때 암세포는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켜 더 나은 에너지원을 찾기도 한다. 

연구팀은 대장암 세포 내 특정 대사 유전자가 폐 전이에 비해 간 전이의 경우 더 활성인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대사 유전자들 가운데 한 그룹의 유전자는 ALDOB라 불리는 과당 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당은 과일 및 과일을 넣어 만든 식품에서 주로 발견되는 일종의 당류이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이자 듀크대 의공학과 부교수인 시링 션 박사는 “간에 도달한 암세포는 마치 사탕가게에 들어선 아이와 같다. 암세포는 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더 많은 암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고 설명했다.

간을 침범한 암세포는 빠르게 ALDOB 효소를 학습한다. 알돌라아제 과당-이인산B(Aldolase fructose-bisphosphate B) 효소는 ALDOB 유전자의 지시로 만들어진다. 이 효소는 세포의 특정 분자를 분해하는 세가지 알돌라아제 효소 중 하나로, 장과 신장 세포에서는 농도가 낮은 반면 간에서는 농도가 높다. ALDOB 효소는 체내에서 주로 과당 대사에 사용되지만 단순히 당을 분해하는데 쓰일 수도 있다. 

간에서 대장암 세포가 ALDOB 효소를 학습하게 되면, 이 세포는 기능을 바꿔 엄청난 양의 과당을 섭취한다. 그런 다음 섭취한 당을 에너지로 전환, 이를 활동 자원으로 사용하며 빠르게 증식한다. 이렇게 생긴 새로운 집락은 그 성장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암 치료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다양한 종류의 과일(출처=게티이미지)

서구식 식단에는 많은 양의 과당이 들어있다. 과당은 보통 과일, 콘시럽, 가당 식품 및 음료, 꿀, 사탕수수를 포함한 다양한 식품에 함유되어 있다. 일부 채소와 여러 종류의 가공식품에도 과당이 존재한다. 

새로운 발견에 기초한 치료적 접근

과당이 설탕만큼 건강에 해롭지는 않다고 해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과당의 문제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대장암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유용하다. 션 박사는 과당이 함유된 식품과 음료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대장암의 성장을 방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과당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암이 치료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다만 과당 대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은 제약업계에서 새로운 것이라 아직 널리 이용 가능하지 않다. 

한편 이 연구는 과당 관련 대사 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암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유전성 과당불내성’(Hereditary Fructose Intolerance)이라 불리는 이 장애는 당을 분해하는 ALDOB 효소의 결핍으로 생긴다. 과당을 섭취하면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 장애를 앓는 경우 간에서 과당 대사가 이뤄지지 못해 혈액과 소변에 과당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다. 대사를 거치지 않은 과당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유전성 과당불내성은 저혈당, 혼란, 발작, 혼수 상태를 포함한 임상 증상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