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의 손(출처=123RF)

미국 라이스대학 생체공학 연구진이 파킨슨병 환자의 다리 움직임을 돕는 아이폰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증강현실(AR)을 활용한다.

연구진은 시각, 청각 또는 진동 신호가 파킨슨병 환자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다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두고 앱을 실행시키기만 하면 앱이 AR 기술로 원 또는 블록 모양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환자는 이 원이나 블록 안에 발을 놓는 식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신호로 앱은 파킨슨 환자가 걷는 데 도움을 준다.

개발진 중 한 명인 개비 페레즈는 일상 생활에서 갑자기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사람들에게 이 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즈는 이미 시중에 비슷한 기기가 출시돼 있지만 시각, 청각, 감각 신호를 모두 사용하는 앱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앱은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기기나 앱보다 저렴하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환자들은 레이저 부착 장치가 달린 지팡이를 사용한다. 사용자가 지팡이로 땅을 짚으면 레이저 라인이 나타나 사용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밝은 야외에서 레이저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 장비는 가장 저렴한 것이 약 20만 원 선, 비싼 것은 약 300만 원이 넘는다. AR 앱 개발자들의 목표는 이 AR 기술이 실제 치료 환경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대화를 나눈 파킨슨병 환자들은 경미한 수준의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수 초에서 수 분 정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들은 정신적 훈련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다시 그려보고 발을 움직였으며 자신들의 움직임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도구나 앱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연구진이 개발한 이 AR 앱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환자는 그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길을 걸어가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라이스대학의 연구진은 환자들의 손이 떨릴 때 스마트폰을 잘 쥘 수 있도록 하는 휴대전화 케이스도 개발했다.

이 앱은 질병의 증상 때문에 두려움과 수치심을 경험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환영할만 한 뉴스다. 영국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40% 정도가 자신의 증상을 숨기려고 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병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식,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고정관념으로 판단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뉴욕 휴스턴감리교병원의 신경학자인 유진 라이 박사와 생체 공학 전문가인 에릭 리처드슨의 도움을 받아 이 앱을 개발 및 테스트했다.

한편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 저널에 발표될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기술로 파킨슨병 증상의 심각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연구진 및 임상의들에게 신약 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은 파킨슨병의 객관적 척도를 만들고 질병의 일상 생활 경험을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질병으로 고민하는 여성(출처=123RF)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문제는 증상이 매일 광범위하게 변동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들은 몇 달에 한 번 의사의 진찰을 받을 뿐이다. 즉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평가하고 질병의 진행 상황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존스홉킨스대학 컴퓨터 과학과의 조교수 수치 사리아가 이끈 이번 연구는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원격으로 100명이 넘는 개인에게 일련의 작업을 완료하도록 요청했다. 사람들은 앱으로 자신의 음성 변동, 손가락 두드림 속도, 걷기 속도, 균형 등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1~100까지 숫자를 이용해 파킨슨병 점수를 생성했다. 모든 데이터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됐다. 증상이 심각할수록 숫자가 커진다.

연구진은 100명의 파킨슨병 환자 중 50명을 클리닉에 방문하도록 해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이들이 의사로부터 받은 진단은 연구진이 앱으로 수집한 측정 결과와 일치했다.

[메디컬리포트=이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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