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된 마리화나 잎(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대마초의 활성성분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Tetrahydrocannabinol)은 마리화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은 주로 황홀감이나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사용되며 향정신성약물로 규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의료용 마리화나로 사용되는 칸나비디올(CBD, Cannabidiol)의 경우 불안이나 우울증 및 스트레스에 도움이 된다.

대마초가 주는 정서적 행복감

미국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에 따르면 대마초를 피울 경우, 뇌는 화학 물질에 빠르게 반응한다. 뇌에 일단 도달하면 THC는 이완감이나 진정 느낌 혹은 즐거움 같은 행복감을 유발하게 되고, THC 수치가 상승하면서 웃음이나 식욕 증가, 감각 지각 향상 같은 여러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대마초를 피울 때 이같은 효과를 받는 것은 아니다. THC가 매우 높은 상태일 경우 일부 사람들은 불안이나 공포, 공황감 같은 정반대 효과를 경험한다. 때에 따라서는 THC가 높을 경우 환각이나 망상, 정체성 감각 상실까지 느낄 수 있다. 이에 미국 워싱턴주립 대학의 연구팀은 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의료용 대마초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이같은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대마초의 두 가지 활성 성분인 THC와 CBD, 그리고 사용자의 정서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스트레인프린트(Strainprint)'라는 앱을 사용해 여러 종류의 의료용 마리화나를 사용했을 때의 증상 변화를 추적했는데, 총 1만 1,953건의 추적 건이 분석됐다. 이 가운데 3,151건은 우울증, 5,085건은 불안감, 3,717건은 스트레스였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캘리 커틀러 교수는 이와 관련해 대마초가 우울증과 불안감,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는 매우 드물다며, 거의 대다수가 실험실에서 경구로 투여한 THC 약에만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실이 아닌 가정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대마초를 흡입한 것을 관찰하는 방식이었다고 그 차이점을 강조했다.

분석 결과, 대마초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환자들에게서 우울증 증상이 50% 감소됐으며, 58%가량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대마에 대한 사용자의 감도는 다음과 같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환자들에게서 우울증 증상이 50% 감소됐다

의료 대마 효과

1. CBD가 높고 THC가 낮은 대마초를 1회 피우면 우울증의 증상이 감소될 수 있다.

2. CBD가 높고 THC가 낮은 대마초를 2회 피우면 불안과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3. CBD와 THC가 높은 대마초를 10회 이상 피우면 스트레스가 현저히 감소될 수 있다.

커틀러 교수는 많은 사람이 THC가 항상 더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CBD는 대마초의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THC의 몇몇 긍정적인 영향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대마초 추출물의 약 40%를 차지하는 CBD는, 통증의 정도나 기분 변화, 정신적 기능에 기인한 뇌의 특정 화학 물질의 파괴를 방지하는 정신병 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성분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불안이나 양극성 장애, 간질, 다발성 경화증 등 여러 증세를 치료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은 대마초가 불안이나 우울증,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남녀 모두에서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불안감에 있어 가장 현저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마초가 불안이나 우울증, 스트레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출처=게티 이미지)

칸나비디올의 인체 작용

행복감이나 황홀감의 느낌을 주는 THC와 비교해 CBD는 다른 뇌의 수용체에 부착되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CBD를 생성하고 통증 및 수면 패턴과 같은 여러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신체 내 시스템인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ECS, endocannabinoid system)에 의해 수신되고 변환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THC보다 더 복잡하다. THC는 즐거운 감정을 생산하기 위해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지만, CBD는 ECS가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통증 조절과 관련된 화합물인 아난다미드(anandamide)의 흡수를 억제하는데, 시스템 내 아난다미드 수치가 낮으면 뇌에 의해 인지되는 통증의 양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CBD 성분이 함유된 의료용 대마초는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최근 CBD가 함유된 에피디올렉스라는 간질 신약의 승인을 건의한 바 있다. 이 약물은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과 드라베 증후군이라는 두 희귀 간질을 치료하는데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컬리포트=이찬건 기자]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