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그래픽 이미지(출처=게티 이미지 뱅크)

간 이식은 보통 간 질환을 치료할 때 정상인의 간을 적출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 절차다. 그러나 수술에 필요한 간은 매우 부족한 상태로, 미국의 경우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만 11만 5,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수술을 받은 수는 극히 적은데, 지난해 간 이식을 받은 건수는 3만 4,770건에 그쳤다. 열악한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매년 5,000~6,000명에 달하나 실제 수술 건수는 약 1,000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이식을 위해 적출된 간은 냉장 보관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폐기 처리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냉장이 아닌 체온 수준에서 간을 보관해도 간이 손상되지 않는 장치가 개발돼 화제다.

냉장 아닌 체온 유지

간 이식은 만성 간 기능 부전, 간경변, 바이러스성 간염 간 감염, 그리고 간암 등 보통 약물에 효과가 없는 간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데 활용되는 수술이다. 그러나 위험성도 높아 장기 거부 반응이나 출혈, 혈전, 담관 합병증, 감염 및 발작을 포함해 특정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의사와 상의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권장된다.

▲간 이식은 출혈이나 혈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식에 사용되는 장기는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보존액이 탑재된 특수 용기에 보관된다. 이 냉장 보존액은 4도까지 온도를 낮춰 세포 활동을 늦추고 조직의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보관된 간은 최대 12시간까지 지속할 수 있는데, 정해진 시간보다 더 오래 저장될 경우 보통은 장기 손상으로 폐기된다.

이런 가운데,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팀은 보관된 간의 수명을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바로 '오건옥스 메트라(OrganOx Metra)'라는 장치로, 간 손상을 지연시키기 위해 차가운 온도를 활용하는 대신 인체의 적정 온도인 37도의 온도로 간을 따뜻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또한 운송 시에 이용될 수 있는 확장 배터리와 자가 조절 산소 공급 장치, 제어기, 멸균 일회용 회로 등의 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간 유지를 위한 모든 기능은 완전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나스랄라 박사는 간 이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식용 간의 부족이라며, 메트라로 보관되는 간은 이식 수술에 사용될 확률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과 벨기에, 독일, 스페인에서 총 220명의 간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메트라의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모두 간경화를 비롯해 간염, 암 등 다양한 증상으로 간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냉장 보관이 아닌 체온 수준에서 간을 저장하면 보관 기간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출처=게티 이미지 뱅크)

임상 결과, 메트라를 사용해 보관된 간은 장기 이식 수술 후 다른 문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기 손상에 관여하는 효소의 수준은 평균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동종이식편 기능장애(EAD) 합병증은 10%에서만 발생했는데, 이는 냉장 보관된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의 30%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의사가 폐기한 간 역시 냉장 보관으로 저장된 간의 수가 더 많았다. 간 이식 수술 횟수도 20%까지 증가했다.

이는 간의 생리적 환경을 개조한 접근법에서 얻은 긍정적 결과다. 이식용 장기는 인체와 비슷한 환경에 보관되면서 산소가 채워진 혈액, 영양소, 약물 등 완벽한 지원을 통해 보관 기간을 12시간에서 2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나스랄라 박사는 간의 보존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냉장 보관법과 비교해 간 조직의 생존율을 향상시켜, 이식 성공률과 이식에 사용될 간의 수를 모두 개선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는 다소 높은 가격으로 인해 빠르게 대중화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기의 우수성과 탁월한 효능으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승인을 받은 상태다. 미국에서는 실험 장비로 쓰이고 있다.

OCS 폐 관류 시스템

오건옥스 메트라의 라이벌격인 트랜스메딕스 역시 자사의 주요 제품인 OCS 폐 관류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로, 메트라와 마찬가지로 폐 이식에 있어 인체 온도를 활용했다. 휴대용 관류, 환기 및 모니터링 도구를 사용해 장기를 생리적 상태에 가깝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호주와 유럽에서 상업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상태로, 미국에서는 임상 시험 중에 있다.

[메디컬리포트=이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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