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출처=셔터스톡)

독일 연구진이 간단한 걷기 테스트로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idiopathic 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iNPH)과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를 97%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둘 다 치매의 일종으로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반면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은 걷기와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요절박과 요실금, 그리고 때로 경미한 인지능력 장애나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독일 뮌헨대학 연구진은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증상이 다른 신경 질환 증상과 비슷해 진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당수 의사들이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과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를 혼동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 환자 38명,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 27명, 건강한 참가자 38명의 걷는 방식을 비교 분석했다. 참가자는 대부분 70세 가량이었으며, 지팡이나 보조기구 없이 9m 이상 걸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압력을 감지하는 카페트 위에서 다섯 가지 테스트를 통해 참가자의 걸음걸이를 관찰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원하는 속도로 걷게 하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느린 속도로, 세 번째 실험에서는 빠른 속도로 걷게 했다. 네 번째 실험에서는 숫자를 거꾸로 세며 걷게 하고, 다섯 번째 실험에서는 쟁반을 들고 걷게 했다.

실험 결과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 환자들은 다리를 힘껏 내밀며 걷고 몸을 돌릴 때 갑작스럽고 통제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들은 양발을 바닥에 끌면서 걸었고 일부의 경우 양팔을 과도하게 흔들기도 했다.

두 그룹 모두 운동 및 인지 기능이 저하돼 자주 넘어졌는데,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 환자들이 더 자주 넘어졌다. 건강한 참가자들과 비교할 때 두 그룹은 모두 걸음걸이가 불안정했다.

걷는 속도는 건강한 참가자들에 비해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 환자들이 34%,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들이 17% 느렸다. 쟁반을 들고 걷는 실험에서는 진행성 핵상안근 마비 환자들은 여전히 느렸으나,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들은 오히려 걸음걸이가 개선됐다.

걸음걸이만으로 분석했을 때 82%의 정확도로 두 가지 질환을 구분할 수 있었으며, 숫자를 거꾸로 세거나 쟁반을 들고 걷는 실험을 통해 분석했을 때 97%의 정확도로 두 가지 질환을 구분할 수 있었다.

다만 걸음걸이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걷기 테스트만으로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을 진단해 션트 수술을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 세부적인 테스트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의 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70~79세 인구 중 0.2%, 80세 이상 인구 중 6% 가량이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로 알려진 바 있다.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은 뇌강에 수액이 증가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 수액을 제거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미국 뇌수종협회(Hydrocephalus Association)는 치매 진단을 받은 미국인 중 약 15%가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출생 시 이미 질환을 갖고 태어났지만 의사들이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후에 감염, 뇌종양, 뇌출혈 등으로 촉발될 수 있다.

[메디컬리포트= 기자]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