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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억울하다?…’햄버거병’ 둘러싼 갑론을박 분석
2019-04-19 16:21:12
강현주

[메디컬리포트=강현주 기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4세 여아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Hemolytic-uremic syndrome)으로 신장의 약 90%가 손상돼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여아의 HUS 발생 원인이 맥도날드 햄버거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일명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HUS는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합병증으로, 병원균의 독소에 의해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고, 파괴된 적혈구들이 신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는 등의 이유로 신장 기능이 손상되는 질병이다. 노폐물을 소변에 실어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신장이 기능을 잃기 때문에 노폐물이 나가지 못하고 체내에 독소가 쌓이게 되므로 ‘요독’이라는 말이 붙는다. 용혈, 즉 적혈구들이 파괴되기 때문에 혈액이 포함된 설사도 하게 된다.

HUS 환자들에게는 급성신부전,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이 나타나고 증상은 발열, 설사, 혈변, 심한 경련성 복통 등이다. 사망률은 10% 내외이며 90%의 생존자 중 일부는 만성신부전이 오기도 한다. 노년층과 어린 아이들이 이 질병에 비교적 쉽게 감염되며 특히 4세 이하 아이들이 취약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2016년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을 앓은 환자 443명 분석 결과 4세이하가 36.3%, 5~9세가 15.3%로 어린 아이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HUS는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에게 집단적으로 HUS가 발병하면서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 때문에 “HUS=햄버거에 의해 발생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지만, 햄버거뿐 아니라 오염된 채소, 소시지, 우유, 주스 등 다양한 음식을 통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 HUS의 주 원인균은 O157:H7 대장균인데, 이 대장균을 담고 있는 분변 등에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를 통해 질병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대장균은 동물의 장에 서식하는 해가 없는 균이지만 그 변형인 O157:H7 대장균은 시가독소를 발생시키며, 이 시가독소가 HUS를 일으킨다. 미국 국토안전전부는 시가독소를 생화학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물질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만큼 위험한 독성을 가졌다는 얘기다.

“HUS 잠복기간은 48시간 이상” vs “의학에 100%라는 건 없어”

이번에 HUS로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4세 여아의 부모는 “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익은 고기 패티를 먹고 약 2~3시간 만에 설사를 시작했다”며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HUS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과, 햄버거를 먹기 전에 먹은 다른 음식 탓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아이의 어머니는 한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지 2~3시간 만에 증상이 시작됐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바로 이점이 맥도날드 햄버거가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의학 전문서적인 해리슨 내과학에 따르면 HUS를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 이질균, 캄필로박터 등은 16~48시간 잠복기를 가진다. 한 국내 의사가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면서 뜨거운 화두가 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O157:H7에 의한 HUS 잠복기는 최소 48시간이라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이 여아는 햄버거를 먹은지 2~3만에 설사를 시작했다고 어머니가 주장했기 때문에, 햄버거가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어떤 학술도 100% 들어 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다수의 의사들이 “HUS 증상이 시작되기까지 잠복기가 2~3시간에 불과했던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하지만 2~3시간만에 증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어떤 전문가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여아의 어머니가 언론을 통해 2~3시간이라고 발언한 것이 정확한 사실이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여아 부모의 변호인은 해리슨 내과학 자료를 근거로 SNS에 의문을 제기한 의사의 해당 게시물에 “아이가 설사를 시작한 게 햄버거를 먹은지 2~3시간 후는 아니다”라며 여아 어머니와 엇갈리는 발언을 담은 댓글을 달았다.

"다진 고기 위험성 높아" VS "다양한 음식으로 발병 가능"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햄버거는 HUS를 일으키는 세균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은 음식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을 운영하는 강병철 대표는 최근 한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매우 좁고 열악한 기업형 축산 환경에서 가축들이 자라고, 이 과정에서 대장균이 포함된 분변들에 가축들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 표면에 O157:H7 대장균이 노출됐다해도 가열을 해 익히면 균이 죽지만, 햄버거 패티와 같이 갈고 다진 고기의 경우 대장균이 노출된 표면이 안으로 섞여 들어간다. 이 때문에 안쪽까지 모두 익지 않게 되면 살아있는 O157:H7 대장균을 그대로 사람이 섭취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여름에는 패티를 더 강한 냉동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얼어있을 수 있고, 이에 오히려 여름에 더 덜익은 패티가 상품으로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O157:H7 대장균은 고기 뿐아니라 다양한 식품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HUS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는 음식으로 각종 채소, 과일, 고기,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들고 있다.

강병철 대표도 “여름에 마트에서 파는 채소나 냉면 육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단 뉴스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이 식품들이 사람 손 등을 통해 어디선가 대변에 노출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인과관계 밝히기 어려워, 예방 철저히 해야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HUS 피해를 입은 4세 어린이가 초기 진료를 받았을 당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균과 바이러스 등 감염병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균이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검사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외에도 HUS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도 배제할 수 없어 무엇이 원인이라고 지목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한편 HUS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기 전, 화장실 다녀온 후, 기저귀 간 후 등은 물론 평소에도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해 손을 30초 이상 씻고, 고기는 70도 이상 온도에서 최소 2분 이상 가열하며, 생고기와 익은 고기가 서로 닿지 않게 잘 분리하고, 채소와 과일도 깨끗하게 씻어 먹어야 하며, 식기 세척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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