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은 장시간에 걸쳐 신장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사진=ⓒ셔터스톡)

만성질환은 노년에 이를 때까지 수년에 걸쳐 삶의 질을 망쳐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이 신장 같은 중요 장기에 유발되면 그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만성신부전(CKD) 환자가 급증하면서 학계 연구진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신장질환

만성신부전(CKD)은 장시간에 걸쳐 신장 기능이 상실되는 증상을 일컫는다. 신장의 주요 기능은 여러 가지 체액을 여과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등의 기능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하지만 이런 신장이 손상되면, 노폐물이 체내에 축적돼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CKD 환자는 결국 빈혈증이나 고혈압, 신경 손상, 뼈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심장질환 유발 위험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신장 손상 증상은 수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도 CKD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CKD가 고혈압을 유발하면 고혈압이 원인이 돼 그 자체가 질병 주기가 되면서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CKD 질환자들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한 집단

미국 국립신장재단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3,000만 명 이상의 성인이 CKD를 앓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CKD 유발 위험에 놓여있다. 최근 몇 해 사이 특히 고온 기후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CKD 환자가 급증하면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990년대 중앙아메리카 사탕수수 농장의 근로자들은 CKD 유발 위험이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최근 십 년 동안에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같은 미국의 더욱 지역에서 살고 있는 지역 주민 중 2만 명가량이 CKD로 사망했다.

한편 콜로라도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한 결과,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에 비해 새우 양식업자나 광부, 농부 같이 해수면 기준 지대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이 CKD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보스턴의과대학 연구팀도 지난 20년 동안 니카라과인과 엘살바도르인들이 CKD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벽돌을 제조하기 위해 장시간 가마에서 일하는 벽돌 제조업자 집단 중 12%가량도 비슷한 상태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은 고령자나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 그리고 CKD 유전 성향이 있는 사람과도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에 비해 새우 양식업자나 광부, 농부 같이 해수면 기준 지대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이 CKD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사진=ⓒ셔터스톡)

CKD의 원인

추가 연구를 통해 고온 현상과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같은 살충제도 CKD 유발의 위험인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CKD는 스리랑카 농부들에게 매우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리고 이는 글리포세이트에 상당히 지나치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도 중앙아메리카와 스리랑카의 신장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살충제와 다른 독성 물질이 사람들의 식수원인 우물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렙토스피라증과 한타바이러스 같은 감염성 질병으로 인해 신부전을 앓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 유전과 고온 노출, 과로, 지속적인 탈수증 같은 요인들도 CKD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벽돌제조공의 경우 근무시간 3리터 미만의 물을 마시면 CKD에 걸릴 위험 인자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급속한 확산

CKD가 중앙아메리카에서 만연하면서 미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플로리다 등 지방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유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연구자들은 급속한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중독 현상이 결합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농부들이기 때문에 이는 세계 식량 공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많은 농부들이 병에 걸릴수록 농작물 생산과 축산업이 활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여러 의료기관들에게 CKD 유발위험이 높은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의료를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며 가능한 한 강한 햇빛을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로써 CKD는 빠른 시간 내에 수그러들 것처럼 보이진 않고 있다. 그리고 CKD 발병 위험성 증가가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면 미래에는 더욱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CKD 고위험 직종군인 사람들은 스스로 개선된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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