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총 2억 1,9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92%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사진=ⓒ게티이미지)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아프리카 3개국에서 말라리아 백신 예방접종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이번 시범사업은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를 시작으로 가나와 케냐에서 순차 시행된다. 2세 이하 어린이가 대상이다.

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2017년 기준 아프리카 말라리아 환자의 99.7%가 열대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 매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남아시아는 62.8%, 지중해 동부지역은 69%, 서태평양 지역은 71.9%였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삼일열원충(Plasmodium vivax)에 의한 말라리아 감염이 74.1%로 가장 높았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총 2억 1,9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92%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43만 5,000명, 그중 대다수는 아이들이었다. 특히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61%를 차지해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프리카가 백신 예방접종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아프리카 각국 당국과 WHO는 그동안 모기장이나 살충제 등을 활용해 모기를 통제함으로써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런 방법은 얼마간의 효과는 있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고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곳도 있었다.

이번 시범사업에 투입된 백신은 1987년 GSK가 개발한 세계 최초 말라리아 백신 'RTS,S'로 30여 년에 걸친 개발·임상 시험을 거쳐 최근 접종이 가능해졌다.

RTS,S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단련해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말라리아 원충을 공격하는 백신인데, 임상 시험 결과 10명 중 4명에게서 말라리아 예방 효과를 보였다.

모두 4회에 걸쳐 투여되며 생후 5∼9개월 사이 3회 접종받고, 24개월에 추가로 한 번 더 접종받으면 된다. 백신 효과는 최소 7년간 지속되며 2023년경에 테스트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RTS,S가 압도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예방 대책과 병행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아프리카의 지역적・경제적 특성상 네 차례나 접종 장소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도록 부모를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WHO와 3개국 민관이 손을 맞잡은 가운데 국제 비영리단체인 패스(PATH),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참여했다. 특히 GSK는 1,000만 명분의 백신을 이번 시범사업에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퇴치세계기금과 빌&멀린다게이츠재단도 백신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을 출연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말라리아 예방책은 살충제 및 모기장을 통한 모기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사진=ⓒ게티이미지)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